방미 출발인사
이승만
1965년 5월 16일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는 오늘, 우리와 가장 친밀한 우방인 미국의 「존슨」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방문의 길에 오르게 되었읍니다.
나는 한국 국민이 평소에 간직하고 있고, 또 장래에도 더욱 두텁게 될 우의를 직접 미국 국민에게 전달하게 된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태평양을 건너지른 『우의와 신의의 가교』에 지금 발걸음을 옮기고자 합니다.
「존슨」대통령은 세계정세가 자못 복잡하고 또 매우 분망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나를 이와같이 초청하여, 여러 가지 우리의 공동관심사에 관해 격의없이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나는 「존슨」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지도자들과 만나 회담함에 있어서,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후 20년이 되는 오늘날, 또다시 대두되고 있는 전체주의 도발자들에 대응해야만 하는 세계 자유인민 공통의 고뇌, 특히 아주지역에 있어서의 포악무도한 공산침략 행위를 저지시킬 문제들에 관해 유익한 의견을 교환할 것입니다.
또한, 극동에서 갖은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자유수호에 임하고 있는 우리의 위치를 밝히고, 「유우엔」정의의 결정이라 할 대한민국의 계속적 안정보장과 필연적으로 그에 따르는 극동의 정치,경제,군사상의 제문제들에 관해 격의없이 의논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한미간의 여러 현안문제, 특히 공산지역과 접한 한국이, 정치인으로 경제적으로 도달하여야 할 적정수준에 이르기까지의 필요불가결한 지원문제와 호혜적인 협력관계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협의코자 합니다.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나는 이 기회에 자유세계의 최첨단에서, 일면으로는 동남아지역에 걸쳐서까지 공산침략의 저지투쟁에 막중한 부담을 지불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자립경제의 건설을 위해 참기 어려운 고난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입장과, 그러면서도 결코 지치지 않고 성장을 이룩해가는 한국 국민의 새모습을 미국과 자유세계 앞에 보일 것입니다. 파손과 잿더미의 거리, 또 의타, 불안정의 나라-아직도 이와같이 그릇된 옛 모습의 한국만으로 깊게 인상지어진 미국 국민들에게 이제는 한국이 그러한 『옛 한국』이 아니라, 건설과 의욕에 불타며 오직 전진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이 『새 한국』-『뉴-코리아』의 패기찬 진모를 소개하고 오겠읍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는 『자립의 평원』에 이르는 마지막 언덕에 다달았읍니다. 이 마지막 언덕을 빠르게 잘 넘을 수 있는 길은 결코 없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불순한 외세에 대해 민족적 경각을 높이고, 반면에 지나친 기우와 패배주의를 불식하여 주체의식을 가다듬으며, 아세아 그리고 『세계속의 한국』과 그 앞날을 바르게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하겠읍니다.
우리는 자립을 위한 마지막 계단에 이르러서 진통을 참지 못하거나, 또 감정적 충동으로 말미암아 혼란과 후퇴를 되풀이 말도록 해야 하며, 안정된 바탕위에 결집된 민족의 힘을 한곬으로 모으는 현명과 단합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마지막 수레바퀴를 밀어 올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힘, 즉 경제협력을 바른 자세로 투명하게 받아들여, 조속히 자립경제의 대로로 나아가 다시는 빈곤과 굴욕이 없는 『자주,자립의 역량』을 배양해야 하겠읍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60년대에 꼭 성취시켜야 하겠다는 사명과 책임을 통감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여기에 다할 것을 다시 다짐해 두는 바입니다.
이 기회에 또 한가지 내 소신을 밝혀 둘 것은 우리가 『공짜』라는 무상원조에만 지나치게 기대고 살아 왔던 부끄럽고 낡은 과거로부터 크게 한 걸음 나아가, 떳떳하게 『빌려쓰는』장기차관도입 등의 호혜적인 국제협력에도 큰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환송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
나는 방미 여행중, 장차 우리의 번영에 유익한 미국의 여러 면을 시찰하게 될 것이며, 각지에서 교포,유학생들과 만나고 고국의 소식을 전함과 아울러, 그들의 앞날의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환송에 감사드리며, 이 자리에 다시 돌아 왔을 때, 소상한 보고를 드리겠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