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국회의원연맹(APU) 제2차 총회 치사
박정희
1966년 9월 2일
의장, 그리고 대표 여러분!
오늘 「아시아」국회의원연맹 제2차 총회가 이곳 서울에서 열리는 이 뜻깊은 자리에 나와, 자유「아시아」각국 국회의원 여러분과 대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는 이 모임이 가장 유익하고도 많은 성과가 있기를 축복하면서,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에게 한국정부와 국민의 따뜻한 환영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의장, 그리고 대표 여러분!
오랜 인류역사를 통하여 투쟁 없는 진정한 평화 속에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복된 사회의 건설은 만인의 절실한 염원이요, 열망이었읍니다. 특히 근세에 이르러 전란과 빈곤으로 얼룩진 이 「아시아」지역 인민들에게 있어서 그러한 염원과 희구는 더욱 절실한 바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슬기롭게도 여러분의 헌장 제2조에 「완전한 자유와 진정한 민주주의」, 그리고 「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이란 목적의식을 선명하였읍니다. 「완전한 자유와 진정한 민주주의」 - 그것은 인류구원의 이상이며, 「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 - 그것은 전체「아시아」인민의 한결같은 열망입니다.
「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 없이는 진정 세계인민의 자유를 바랄 수 없고 자유의 원칙이 확립됨이 없이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기할 수는 없읍니다.
이제 우리의 「아시아」는 세계사의 전진이냐 후퇴냐를 가름하는 역사의 관건으로 등장하였고, 자유를 위해 투쟁해야 할 「아시아」인민의 자각과 협동적인 노력은 정녕 새로운 인류사의 추진력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바로 이처럼 막대한 과제를 지닌 「아시아」각국의 지도자들이며 선각자들입니다. 여러분은 세계사의 의지를 통찰하여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였고, 이를 실천함에 있어 훌륭한 방안을 제시하였읍니다.
나는 작년에 일본 동경에서 있었던 「아시아」국회의원연맹 제1차 총회의 알찬 성과를 잘 알고 있읍니다.
여러분은 정치ㆍ경제ㆍ문화 각분야에 있어서 훌륭한 제결의와 방안을 짜내는 데 성공하였읍니다. 여러분은 「아시아」정세를 분석 검토함에 있어서 중공의 침략으로 인해 「아시아」의 평화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에 견해를 같이하였고, 또 『중공은 평화와 민족주의의 미명하』에 실은 침략과 폭력혁명을 수단으로 하는 공산제국주의에 의하여 「아시아」제국을 공통의 위기에 휩쓸어 넣고 있다』고 선언하였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여러분의 선언은 「아시아」정세의 깊은 내용을 모르는 세계인민에게 음모와 파괴의 진원지를 파헤쳐 주고, 오늘에 사는 모든 인민에게 뚜렷한 지표를 제시해 주었다고 확신하며, 나는 이를 높이 평가하는 바입니다.
한편, 여러분은 우리의 「아시아」에서 『빈곤과 질병, 그리고 무지를 추방하기 위하여 경제적ㆍ기술적ㆍ문화적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들의 유대와 노력이 풍부한 「아시아」를 부흥할 것에 열의를 다하겟다』고 다짐하였읍니다.
빈곤ㆍ질병ㆍ무지 있는 곳에 자유나 평화나 번영이 있을 수 없읍니다. 이 「아시아」의 고민을 제거하는 데 전「아시아」인민의 지혜와 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합니다.
부강한 나라와 빈궁한 나라가 상호의존의 협력관계에서 공영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은 앞으로 인류가 그 평화를 위하여 지켜야 할 하나의 윤리입니다. 그래서 나는 참된 자유, 참된 평화의 절대적인 기초조건으로서, 그리고 오늘을 사는 세계인민의 긴급한 공동과제로서 「번영의 균형화」를 제창해 왔읍니다.
친애하는 대표 여러분!
여러분은 그러한 「아시아」의 당면과제들을 옳게 인식했을 뿐 아니라, 또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데에도 훌륭한 합의를 이룩하여 놓았읍니다.
여러분은 「아시아」의원연맹 창립준비위원회 때부터 조속한 시일내에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국교정상화가 실현될 것을 열망해 왔으며, 우리는 행동으로써 여러분의 열망에 대답하였읍니다.
또 여러분은 월남전쟁을 월맹과 중공으로부터의 침략에 대한 월남공화국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휘나 자위전쟁이라 규정하고, 「아시아」의 자유국가들은 결속하여 각자의 분에 따라 월남을 지원하기를 요망했으며, 우리는 월남에 파병함으로써 자유의 대의를 지키고, 「아시아」의 방위에 필요한 공헌을 하고 있읍니다.
또 우리는 자유「아시아」의 결속을 촉진시키려는 여러분의 염원과, 이 지역 자유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하나의 노력으로서 「아시아」ㆍ태평양지역각료회의릘 개최한 바 있읍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의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을 요망했거니와, 그것은 사실상 성취되었읍니다.
그러나 대표 여러분!
여러분의 열의에 찬 결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월남에 대한 협력을 효과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분이 요청했던 바 각국가간의 협력체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읍니다.
또 중공을 중심으로 한 침략세력의 음모로부터 자유「아시아」를 보전하기 위한 여러분의 거듭된 결의를 만족시킬 만한 어떠한 조직적인 체제도 취해지지 않고 있읍니다.
또 여러분은 빈곤을 하루빨리 구축하기 위해서 경제와 기술에 있어서의 밀접한 상호협력관계의 발전을 역설하여 왔읍니다만, 실지로는 개별 국가간의 업적이 간혹 눈에 뜨일 뿐, 만족할 만한 집단적 노력은 매우 더딘 진전을 보이고 있을 따름입니다.
또 「아시아」인민 상호간의 이해와 우의를 돈독히 하고, 하나의 「아시아」로서의 높은 의식과 깊은 유대를 가져 올 문화교류에 있어서도 여러분이 제시한 탁월한 착상은 실천의 단계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하나의 「아시아」를 이룩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전기통신망의 정비는 그것이 가질 의의에 비해 너무나 소원시되어 있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대표 여러분!
오늘 열리는 제2차 총회는 바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진보의 성과를 가져 올 것을 나는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가 긴급하고 절박한 과제들인 것입니다.
자유「아시아」의 정치적 협력은 침략세력의 위협이 날로 가중되고 있음에 비추어 더욱 촉진되어 동지적 단결로 제고되어야 할 것이며, 또 경제적 협력은 「균형된 번영」을 지향하며, 무역의 불균형부터 시정하고 나서야 할 것입니다. 한 나라의 부강이 다른 나라의 희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또 한 나라의 성장이 다른 나라의 자선적인 협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경제협력관계, 다시 말하여 한 나라의 번영이 다른 나라의 번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그러한 경제협력을 우리는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요문제들에 대해 토의하게 될 여러분은 비단 각국 의원단 대표일 뿐 아니라, 실로 「아시아」의 지도자, 「아시아」의 대표란 긍지를 가진다면, 여러분이 선언한 결의들은 기필코 「아시아」의 오늘과 내일을 인도하는 도표가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합니다.
의장, 그리고 대표 여러분!
나는 여러분의 회의가 시종 동지애 속에서 진행되며, 여러분이 도달한 합의는 「아시아」각국의 정부를 이끌어 주고, 격려해 주는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 줄 것을 기대하면서, 「아시아」국회의원연맹에 다음과 같은 발전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이 제2차 총회에도 새로운 회원국이 늘었읍니다만, 나는 이 연맹에 가입하는 나라가 더 많아지고, 종국엔 「아시아」의 모든 나라가 참가하게 될 것고, 각국의 의원단은 그 나라의 국회의원 전원으로 구성될 것을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이 모임이 이 지역 인민의 염원을 대변하는 「아시아」의 의회로 발전한다면, 상호이해와 협동은 크게 촉진될 것이며, 우리가 당면한 공동과제의 해결도 훨씬 용이해 질 것입니다.
다음으로, 나는 이 연맹과 같은 동지적 결합이 「아시아」각국 행정부의 그것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교량적이며 선도적인 역할을 이 연맹에 기대하는 바입니다.
인류역사는 결국엔 하나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더욱 적극적인 「아시아」의 지역적 협력과 그 대동단결을 희망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우리 「아시아」자유민들이 조화와 협력으로 대동단결을 이룩해 나간다면, 그것은 곧 하나의 세계를 이룩하려는 다른 지역 인민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될 것이며, 「아시아」는 정녕 새로운 인류역사의 요람이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대표 여러분!
역사상 가장 훌륭했던 정치지도자들은 사회전체의 선과 행복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고 헌신해 온 자유민의 공복이었읍니다. 여러분은 바로 「아시아」자유민의 선량이며 공복입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그것을 위해 투쟁하였고, 또 그러한 과정에서 이해와 관용, 신뢰와 협동의 미덕을 익혀 배운 여러분들의 그 예지와 정력은 정녕 「자유의 아시아」, 「공영의 아시아」건설에 있어 불가결의 동력이 될 것으로 나는 믿어 마지않습니다.
자유와 공영 - 그것은 다채롭게 조화된 「하나의 아시아」로 통하는 지름길인 것입니다.
나는 「아시아」의 공동과제를 논의하게 된 이 「대화의 광장」에 알찬 성과 있을 것을 확신하고, 영광된 내일에의 여러분의 공헌을 축원하면서, 오늘의 노고를 치하해 마지않습니다.
여러분의 즐거운 여행과 건승을 기원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