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크 장군에 보내는 회한
이승만
1953년 6월 24일
크라크 장군 귀하, 귀하의 서신은 1953년 6월 18일 저녁에 본인에게 수교(手交)되였는데, 그때 나는 오랜 기일을 두고 부당하게 억류되어 있는 충량(忠良)한 한국인 포로를 왜 석방치 않으면 않되느냐 하는 것을 설명하는 서한을 귀하에게 발송코저 준비 중에 있었던 것입니다.
본인은 이 서한과 함께 공식문서로써 상기 포로들에 관한 정부의 견해를 전반적으로 설명한 외무부장관 변영태(卞榮泰) 박사의 서한을 귀하에게 보내는 것이 가장 적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였읍니다. 변 박사의 서한은 공식인 것으로 그리고 본인의 것은 사사로운 것으로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6월 18일부 귀하의 서한에 관련하여 본인은 그 중의 한 두 가지 점에 관하여 몇 마듸 하고저 합니다. 국련군(國聯軍)은 우리를 구원하려 왔으며, 귀하도 아시다싶이 우리는 그에 대하여 감사히 여기는 바이요, 앞으로 여하한 일이 야기되는 간에 우리는 그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귀하가 국련군 총사령관으로써 우리들의 공동의 적에 대한 전쟁을 지휘하느니 만치 우리는 우리의 군대를 귀하의 통수 하에 두었던 것입니다. 본인은 귀하가 한국군의 장병과 한국정부 및 국민들이 과거에 귀하에 베푸러 준 충실한 지지에 전적으로 만족하실 줄 믿는 바입니다.귀하가 양지(諒知)하시다싶이 사태는 최근에 전적으로 변하여 버렸읍니다. 이러한 변화는 귀하나 본인으로 인하여 야기된 것이 아니요, 국제연합의 정치가들로 인하여 야기된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들의 공동의 적인 공산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적들이 주장하여오든 휴전조건을 수락하였으며, 우리들 보고 이 조건을 수락하라고 독촉하였든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휴전조건은 너무나 부당함으로 그것을 수락하는 것은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호소하였든 것입니다 .부언할 필요도 없이 백만 이상의 중공군이 한국에 주둔하게 되는 한 한국이 살 수 없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한 일입니다.
혹자는 한국의 통일을 정치회담에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승리하고 있는 이 때, 전장에서 실현되지 않는 통일이 회담에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읍니다. 미군정 당국자와 국제연합 한국위원단이 수년을 두고 평화적 회담으로 한국을 통일하려다가 실패하고 말았읍니다.
공산주의자들과의 정치협상이란 그것이 항상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무용한 것이라는 이러한 쓰라린 경험에서 우러난 우리의 확신은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국련의 몇몇 가입국은 친공적이며, 혹은 공산 대 민주의 이 세계적인 쟁투에 자기들의 입장이 명확치 못하며, 혹은 지극히 반미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국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미국은 그의 한국통일정책과 공산침략자를 응징하는 정책을 변경함으로써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침략자들에게 이용당하게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기로에 도달하였읍니다. 이제 한국인들은 국가적 사멸로 인도하는 국련의 지시에 딸커나 우방 국가들과 결렬하여 자기 자신이 본래의 공통된 목적 달성을 위하여 가장 좋은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않되기 되었읍니다. 이제 우리 모든 한국인들은 인간의 자유를 옹호하자는 우리들의 원래의 결심에 충실하기를 결심하였읍니다.
미국과 우리들이 심대한 희생을 내면서도 지켜오든 근본원칙을 포기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UN이라는 것을 상은(想隱)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충량한 동맹자가 그러면 한국이겠느냐, 국제연합이겠느냐 하는 것은 미국민 자신이 스스로가 판단하는데 맛깁니다.
이러한 까닭에 현재 휴전조건대로 휴전이 조인이 된다면 그것은 우리들이 같이 지금까지 유지하여오든 우호관계에 거대한 변화를 갖어 오게 하는 최후적이며 공식적 표시라고 인정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모리 유감하드라도 한국군이 귀하의 통솔 하에 남어있게 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귀하가 말하는 바와 여(如)히 본인은 본인이 우리들의 군대를 군제연합군 솔하(率下)로부터 철수케 하기로 결정할 적에는 분인이 귀하에게 친구와 친구로써 알려주기로 약속하였든 것입니다. 귀하에게 보낸 요전의 서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여히 이 약속은 아직도 유효할 것입니다. 그 서한에서 말한 바와 마찬가지로 본인은 아직도 이 철수명령을 안 내려도 무관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포로문제와 이 문제를 혼동하여서는 않됩니다. 이 두 가지는 관련성이 없는 문제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귀하가 말하는 그 약솔을 하였을 당시에는 내가 충량한 한국 포로를 석방하리라고는 생각치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을 석방하라는 명령은 본인이 단독행동으로 낸 것은 아닙니다. 평상시 같었으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적에는 항상 하였던 바와 마찬가지로 귀하와 사전에 협의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이 특수한 경우에 처하여 이러한 조치로 왜 않 취하였는가를 알 것입니다. 본인은 귀하가 적어도 본인의 의도하였든 바를 양해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뿐 아니라 포로문제는 전투조치와는 직접관련이 없는 것입니다. 이 문제 처리 역시 과거에는 귀하에게 일임하였던 것입니다 만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하여 특히 이 문제가 한국 시민의 처리문제에 관련되었느니 만치 그가 원한다면 발언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본인이 사전에 귀하와 협의했다고손 치드라도 그것은 귀하를 곤혹케 하였을 뿐일 것입니다. 귀하는 본인의 결정을 본인이 우리들의 협정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연합은 공산당이 우리 포로들을 여하히 처리하였느냐 하는 점에 의문을 품을 적이 있었읍니까? 우리는 그들이 우리의 포로를 여하히 처리하였는가를 열지하고 있읍니다.
본인이 앞에 말한 것을 되푸리 하자면 반공포로를 그와 같이 석방하는 것이야 말로 귀측이 데려오려는 친공적인 외국군대와 한국인사이에 충독이 생길 위험성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도인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귀국의 청년들과 어깨를 겨누며 공산군과 대항하여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읍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반대하여 왔고, 또한 귀측이 늘 우리 요구를 드러주겠다고 약속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친공적인 또 하나의 외국군대를 우리 집안에 데려드려와가지고 우리들의 충성한 시민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나아가서는 공산 측의 소위 교양원들이 우리 시민들을 세뇌하여 공산주의에 개종토록 만드는 것을 도와둘려는 계획이 진행 중에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평화를 제창하는 사람들은 말하기를 힘이나 협박의 수단은 사용되지 않으리라 하지만 반공포로들은 친공국 군대로 포위하여 버리는 것 이상의 강압이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UN 당국자들이 만들려는 사태가 우리들에게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가 하는 것을 귀하가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본인이 반공포로를 석방함으로서 취한 해결책을 귀하가 그렇게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본인은 어디까지나 우리 한국민이나 또는 기타 아세아의 반공 자유민들이 반미적으로 나가게 만들 생각은 조곰도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큰 비극이 아닐 수 없읍니다.
미국은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협조를 제공하여 왔으나 이상하게도 지방민들은 대개가 끝에 가서는 미국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갖이게 되였읍니다. 이는 참으로 슲은 사실이며, 우리는 이것을 막기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여야 합니다. 만약에 미국이 한국을 떠나지 않으면 않된다면 떠나도 좋으나 적어도 미국이 우리 한국인을 우리들의 공동의 적, 공산주의자들에게 넘겨주는 것과 같은 태도는 취하지 말어주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나의 열렬한 기원입니다.
장군, 본인은 다시 말하오니 본인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무모하게 취한 것이 아니요, 그에 수반되는 모든 결과와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였읍니다. 본인은 귀하의 작 18일 부 서한의 최종항이나 또는 그와 성질이 비슷한 전에 발표되었던 여러 가지 성명을 협박이나 강압이라고는 생각치 않으며, 오즉 우리가 정전문제에 있어서 우방과 협조하지 않음으로서 자발적인 과오를 범할지도 모른다는데 대한 하나의 우호적인 충고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성실한 서한 역시 본인은 똑같은 마음으로 받은 것이며 이 점은 적어도 우리 한국민 모두가 다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이 대신 본인은 또한 귀하가 본인의 거부적 태도를 한낯 고집적인 반항의 태도라고는 생각치 마러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본인은 하로 왼 종일 낮과 밤을 일실에 칩거하며 나 자신과 토론하고 이론을 다투어 보았읍니다. 본인은 또한 본인이 옳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로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읍니다. 그러나 본인의 깨끗한 양심과 의무감은 나의 길을 인도하고 있으며 그 길이야말로 본인이 꼭 거러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읍니다.
장군, 본인이 쓸대 없이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부터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는 말처럼 본인의 진정에서 먼 말은 없다는 것을 믿어주십시요, 그러나 우리가 그 동안 우리 우방에 대하여 요청하기를 한국을 위해서만 아니라 전 자유세계를 위해서 절대로 우리에게 요구하여주지 마러 달라고 한 것을 이제 우리에게 강요하게 됨에 이르러서는 우리는 그것을 반대할 이외 무슨 길이 있겠읍니까. 우리들이 여기서 우리 우방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참으로 깊은 겸손한 마음에서 거부하는 것이며 결코 반항적인 태도로 그러하는 것은 않인 것입니다.
경구(敬具)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승만박사담화집』, 공보처,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