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한국대사관에서의 교포들에 대한 담화
박정희
1965년 월 18일
-서 두 략-
1. 인 사
고국에서 멀리 떠나, 매우 외롭고 쓸쓸하며, 어려운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한 속에서도, 어느 외국인에 못지 않게 유학생들은 실력과 학업성적에서 뛰어나며, 실업인이나 직업을 가진 교포들은 각기 처해 있는 분야에서 우수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자주 듣고 있으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무엇으로든지 『KOREA』가 이겨야 한다.
2. 온 나라가 겪는 시련
잘 아는 바와 같이, 모국의 경제형편이 넉넉지 못하다. 여러분을 충분히 도울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나와 여러분이 함께 노력해서 타산해야 한다. 타산될 가능성은 급자기 커가고 있다.
3.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
해외에 살고 있는 여러분이 오히려 절실할 것이다. 한 가정의 가세가 자녀들에게 영향을 주듯이, 오늘의 조국의 성쇠가 바로 여러분의 장래 운명에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불을 뿜는 세계의 경쟁속에서 낙오하지 말고, 『대한민국』이 떳떳이 이기고 살아가야 여러분 자신이나 또 자녀들까지도 구김살 없이 살아간다. 아세아 한구석에, 땅은 좁으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고국이 있다. 단지 가지고 있는 것이 적을 뿐이다. 함께 가꾸어 나가자. 길이 있을 것이다. 애쓰고 일하면, 하나님도 반드시 도울 것이다.
4. 고국의 형편
자주 듣기도 하겠지만, 보는 것만 못할 것이다. 왕왕 전하는 자의 의사가 곁들어서, 잘못 전해지는 수도 많다. 어수선하고 기력이 빠진 모습이 아니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점차 안정속에 성장되어 가고 있다. 여러분이 수년전에 떠나 올 때와는 다르다. 깜박거리던 전기가 무제한 송전되고, 공장이 늘어가고, 시멘트 같은 것도 남아 돌아간다. 쌀값도 안정되고, 서울거리는 놀랄만큼 면모가 달라졌다. 농촌의 초가지붕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 관청에서 농촌까지, 증산,수출,건설이라는 『일하는 해』의 표어가 나붙고, 묵묵히 일하고 있다. 우리라고 못살라는 법은 없다. 나는 내가 있는 동안, 모든 힘을 『내것으로 먹고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쏟을 작정이다.
서울의 「데모」소식이 크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데모」하는 날에 야유회도 열리고, 야구장이나 각종 국제친선경기장에는, 「데모」보다 수십배의 인파가 밀리고 있다. 창경원의 야회는 오히려 성황이고 화려하다.
그렇게 걱정할 것은 없다. 내가 조국에 몸을 바치고 민족과 역사 앞에 충성을 맹서한 이상, 오직 담담하게 전진할 뿐 어떤 불행도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다. 나로서는 결의가 굳고, 『내』가 아닌,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는 곳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다.
이제 모든 국민 특히 젊은 세대, 선도가, 해방 20년후의 수구적이고 무기력한 몇몇, 소위 『정치인』들이 등장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여러분들 같이 실력있고 견문이 넓고 진취적인 인물들이 속히 나타나서, 함께 일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점에는 나도 같은 생각이다.
5. 고난은 있지만 당신들의 조국에서 같이 일하고 살자!
어려운 나라에서 태어나, 여러분의 노력도 컸지만, 귀중한 돈으로 공부하고 이제 일할 때를 맞이한다. 미국은 분명히 살기 좋은 곳이다. 그러나 여러분은 눈을 감고 고국을 그려 보라. 주름살이 짙은 당신들의 형제와 부모가 가진 애를 쓰면서 좀 더 잘 살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자가용차도 없고 냉장고도 없지만, 『내일』을 바라보고 땀흘리고 있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오늘의 안가한 생활에 만족하거나 화려만을 꿈꾸지 말고, 동포가 발버둥치며 일하는 고국으로 돌아오라. 나로서도 여러분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복안이 있다. 흩어졌던 민족이, 잘살던 사람들까지 짐을 꾸려들고, 고국에 돌아와 새 나라 영토를 이룩해가는 「이스라엘」을 한번 다시 생각해 보자.
6. 긍지,화목,단결
민족의 긍지를 가지며, 한사람 한사람이 민족의 얼굴이요, 국가의 대표라고 생각하라. 품위있고 모범된 일을 하라.
어려울수록 서로 돕고 형제같이 지내라. 의지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동족이 서로 도울 것이다. 화목하게 잘 지내라.
그리고 단결하라. 배타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 곳에 힘이 있고, 안 될 일도 될 수 있는 과거로부터의 그릇된 습성이 여러분들에 의해서 깨끗이 청산되고, 새로운 『교포사회』가 이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분명히 인생은 짧다. 그러나 내 민족, 내 조국의 앞날은 무궁하다. 그 속에 우리의 자손이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가 우리의 선대에 대해 그 어떤 원망을 느끼듯이, 다음 세대, 선도까지도 그래서는 안 되겠다. 나와 여러분은 이 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