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TV팀장 담부만씨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
박정희
1966년 7월 6일
문: 대통령각하, 오늘날의 한국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가 무엇입니까,
답: 오늘날 한국의 가장 중대한 문제는 국토통일의 전단계인 자립경제건설과 근대화 작업을 하루속히 이루는 일입니다.
문: 최근 수년간 한국은 경제적으로 인상적인 발전을 했읍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한국의 장래를 위한 경제정책의 기본원칙은 무엇입니까,
답: 최근 수년 동안 우리 나라 경제는 모든 부문에 걸쳐서 지속적이고 급속한 성장과 확장을 하여 왔다. 그 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은 산업생산과 수출부문에서 이루어졌고, 또한 농업과 사회간접자본에 있어서도 꾸준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발전을 가능케 한 요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국민의 적극적 개발의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발전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화을 추진함에 있어 정부가 강력히 실시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개발정책의 효과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계화 후반기에 시행한 일련의 현실화, 즉 유동환율제에 의한 환율의 현실화, 무역의 자유화촉진, 금리의 현실화와 금융의 간접통제로의 전이, 그리고 재정의 건전화 등이 밑받침하는 전반적인 안정기조에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책하에 이루어진 생산능력의 확장, 기존시설의 효율적인 활용, 산업기술 및 영농방법의 개선 등도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다음으로 앞으로 경제발전을 위한 기본정책에 대해서는 특히 다음 부문에 중점을 둘 것이다.
첫재, 우선 무엇보다도 현재의 경제안정기조를 계속 견지하여 나갈 것이다. 고도의 경제성장의 추구에는 흔히 「인플레」를 유발할 경우가 있는데 심한 「인플레」는 전반적인 경제질서를 파괴하여 국민생활을 불안케 하고 경제개발계화에 차질을 초래할 것이므로, 정부는 「인플레」의 억제에 세심한 대책을 수립 실시할 것이다. 특히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환율물가의 안정에 주력할 것이다.
둘째, 수출의 증진에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수출은 급속히 증대하여 자력에 의한 외화획득력의 성장을 과시하고 있거니와, 앞으로도 진정한 자립경제의 확립은 수출증대로 얻어진다는 점을 생각하여 수출증진에 최대한의 정책적 지원을 다할 것이다.
셋째, 급속한 공업화와 식량의 자급화를 달성토록 할 것이다. 우리 나라 경제발전의 활로는 수출증진과 함께 급속한 공업화에 있을 것이므로, 내년부터 착수되는 제2차 5개년계화 기간 중에는 철강ㆍ기계ㆍ석유화학공업을 적극 발전시켜 공업의 고도화를 기하도록 할 것이며, 한편으로는 농업개발에도 힘을 기울여 식량의 자급화와 농촌의 근대화를 실현토록 할 것이다.
넷째, 국내 저축을 증강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고도의 경제발전을 실현하기 위하여는 높은 투자가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저축의 확대가 있어야 할 것이므로, 특히 국내저축을 증대하도록 할 것이며, 유리한 장기저리의 외자도입을 환영할 것이다. 국내저축 증대에 있어서는 기업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민간부문에 힘을 쓸 것이며, 저축기능을 계속 강화하여 정부저축의 증대에도 주력할 것이다. 끝으로 인력자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기술을 적극 진흥시키도록 할 것이다. 우리 나라는 우수한 인적자원이 풍부하므로 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토록 할 것이며, 특히 과학기술교육을 강화하고 선진기술을 도입 습득토록 할 것이다.
문: 한국주민의 대부분이 농민이므로 농민의 생활이 어떻게 향상되었는가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주십시오.
답: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중농정책으로 근간읜 농업 생산은 급격한 증가를 보게 되었고, 이에 따라 농가소득도 상대적으로 증대되어 농촌사회의 문화적 복지향상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1960년 에서부터 1964년까지의 5개년간의 실질농가소득의 추세를 보면, 1960년도의 호당 농가소득 5만 4천 270원이 1964년에는 6만 2천 255원으로 동기간중 14.7%의 성장을 보였고, 농산물의 생산은 그 주종인 미곡만 보더라도 1960년도에 3백만톤이었으나 1965년도에는 350만톤에 달했으며, 특히 농가의 생활수준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문화적 또는 사회적 지출은 1960년의 1만 5천 9백원에서 1964년에는 2만 3천 1백원으로 45.3%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한편 농민들이 국내외 「뉴우스」를 얻는 방만 보아도 1962년의 신문구독률 8.6%에서 1965년에는 19%로 증가하였고, 「라디오」청취율은 28.6%에서 41.4%로 급격히 증대되었다.
문: 한 민족의 생활은 그 물질적인 재화에 의존한다고비도 공동원칙에 관한 동의나 민족적 유대의식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이 민족적 유대의식이 오늘날은 전통적 결속이나 지역적 결속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20세기 정치사조에 있어서 하나의 특징은 민족주의 또는 민족적 유대의식의 고조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대소 선후진의 구별 없이 지방ㆍ신분ㆍ인종을 초월한 민족국가를 형성하고, 국가적 독립과 자립 또는 통일을 지향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타국과의 지역적인 유대관계를 맺어 국가이익을 추구하고 있거니와, 이것은 모두가 강력한 민족의식 또는 민족적 유대의식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오늘날 민족의식은 전통적 유대의식을 국민적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스스로는 국제적인 지역적 유대의식으로 발전하여 국가이익 추구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 「아시아」제국중에서 한국의 지위가 높아 가고 있읍니다. 특히 「아시아」제국과의 관계에 대한 한국의 외교정책은 무엇입니까,
답: 대한민국은 모든 외교정책의 기초를 「유우엔」의 목적인 자유와 정의에 입각한 평화의 유지 및 각국의 공동 번영에 두고 있는 바, 이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세계 자유제국과의 유대강화 및 중립제국과의 친선관계의 유지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제국과의 관계는 장구한 세월을 통하여 같은 지역에서 살아 온 역사적 공통성에 비추어 호혜 평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지역적 결속을 통하여 상호이익과 균형된 번영을 추구하고 있는 바, 최근 우리 나라가 주최한 「아시아」ㆍ태평양지역각료회의도 이와 같은 우리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문: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읍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때때로 잘못 사용되어 혼돈과 무정부상태를 연출합니다. 각하께서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파키스탄」대통령「아유부ㆍ칸」이 제창한 기본적 민주주의 개념에 대해서 각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복지사회 건설은 우리의 지상목표이다. 특히 한국 국민은 공산침략의 쓰라린 경험을 통하여 민주주의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잘 알고 있으며, 침략자에 대항하여 우리가 막대한 희생을 치룬 것도 마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신생제국의 제반 국가건설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원칙을 현실로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우리의 현실 여건에 알맞는 방식에 따라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서구민주주의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다 성과를 보지 못한 전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남의 옷을 입으려면 제 몸에 맞도록 다시 재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의 적용 방식을 각국의 현실에 적응시킴으로써 우리 나라뿐 아니라, 기타 몇몇 「아시아」국가가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문: 한국에 있어서와 같이 독일도 그 영토의 반을 공산주의자들이 점령하고 있읍니다. 서독과 공산주의자들이 점령하고 있는 부분과는 공식적이거나 정치적인 관계는 없읍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관계는 유지되고 있고, 서신 및 왕래로 표현되는 가족간의 관계는 유지되고 있읍니다. 왜 한국은 독일과는 달리 양부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읍니까,
답: 북한괴뢰집단은 1950년에 대한민국에 대한 침략전쟁을 감행하여 무수한 희생을 내게 하였으며, 휴전 이후에도 한국의 안전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유우엔」의 결의에 입각해서 「유우엔」의 권능을 통한 통일을 위한 노력은 계속하고 있으나, 북괴는 「유우엔」의 권능을 무시하여 통일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여전히 침략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태하에서 북괴와 가족왕래나 우편교환 같은 것이 실현된다면, 그들은 곧 이를 대한민국에 대한 불법침투ㆍ전복 등의 침략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할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민주적인 통일한국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의 안전에 위협을 주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문: 서독은 한국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읍니까,
그리고 또 어떤 일이 행해져야 하겠읍니까,
한ㆍ독관계를 더욱 좋게하는 방안은 무엇이겠읍니까,
답: 한국과 독일 양국이 돈독한 유대관계하에서 긴밀한 협조를 증진하여 오고 있는데 대하여 일반적으로 만족히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 두 나라의 궁극적 목표는 평화적이고 자유로운 방법에 의한 조국의 통일인 바, 이러한 중대한 목적을 위하여 양국은 정신적ㆍ경제적 양면에 있어서 상호협조를 확대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부흥이 양단된 국토의 통일에 중요한 무기의 하나인 바, 이를 위한 우리 나라의 경제발전에 독일 국민의 관심과 협력이 더욱 증가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