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일신문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
박정희
1967년 6월 29일
문; 각하께서 과감히 추진하신 한일국교가 정상화된지 1년여, 한일우호관계가 두터워지고 한국경제 는 크게 발전하고 있읍니다마는, 아직도 양국민간에는 서로 감정적인 오해도 있는 듯이 보이며, 한일관계의 정신적인 측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읍니다.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답; 한일양국간의 국교가 정상화된지 벌써 1년반이 경과하였읍니다. 그동안 양국정부와 국민은 국교정상화의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선린우호관계의 기틀을 마련하 고,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협력체제를 착실히 전진시켜 왔다고 할 수 있읍니다. 물론 양국간의 불행한 과거에 연류하는 감정적인 요소가 국교정상화로써 일조에 부식되었다고 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한일양국이 동북아에 위치한 같은 자유애호국가로서의 공동운명을 인식하고, 상호 깊은 이해와 신의로써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내성있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련하여 본인은 일본국민 여러분의 성의있는 노력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이제 한일양국은 복잡다지한 국제정세하에서 양국의 번영과 발전을 위하여서 뿐만 아니라, 아 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전과 평화, 그리고 발전을 위하여 상호협조함이 긴요하다고 생각하며, 국 교정상화후의 경험에 비추어 이러한 협력체제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 강화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읍니다.
문; 존슨대통령은 태평양국가를 내외에 선언, 작년 11월 방한시에도 새로운 태평양시대의 도래를 강조하고 있었읍니다. 각하께서는 이와같은 아시아의 새로운 국면을 장기적시야에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답; 아스팍·마닐라정상회담 등을 통하여, 아시아·태평양지역제국이 보다 긴밀한 연대의식을 가지고, 상호 협력을 통하여 공동의 번영을 도모하고자 하는 기운이 고조되고 있읍니다. 지역제국간에는 근래 이 지역의 침략세력의 존재에 대한 인식, 지역의 평화와 안전은 불가분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공동운명의식과 자주적인 지역방위의식이 제고되었다고 보는데, 지역제국 은 침략을 격퇴하고 평화와 안전을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마닐라에서 선언한 바와 같이 안전·질서 및 진보의 지역을 건설하기 위하여 평등한 협동자로서 상호협력해 나감으로써, 번영하는 새로운 태평양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같은 지역적 발전을 위하여 지역내 자유국가들이 앞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가운데, 우리의 지역적 책임을 완수해 나가기 바랍니다.
문; 월남화평을 바라는 소리는 세계여론이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광범하게 논의되고 있읍니다만, 현지 월남전국은 격화일로를 걷고 있읍니다. 각하께서는 월남파병을 단행하시었읍니다만, 앞으로의 월남정세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또 한국의 월남정책을 어떻게 전개하실 생각이십니까.
답; 최근 월남에 있어서의 정세는 월남공화국과 연합군의 증강된 군사적 노력, 성공적인 대민사업 의 수행및 월남공화국정부의 경제·사회분야의 개발계획의 성공적인 대민사업의 수행, 지방선거의 시행과 9월의 총선거실시계획 등으로 말미암아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읍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의 침략행위를 계속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모든 평화제의를 거부하여 왔습니다.
연합국은 적이 그들의 침략기도가 무용함을 깨달을 때까지 계속 현재와 같은 군사적 및 기타 모든 노력을 강화하여 나가야 할 것이며, 또한 그럼으로써 비로소 그들을 평화협상의 자리에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과 그밖의 연합국이 월남에서 추구하는 평화는 공산주의자에 의 한 침략의 종식, 원남공화국의 독립 및 자신의 생활양식을 선택할 월남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명예로운 평화이며, 우리는 그와같은 평화가 달성될 때까지 대월지원을 계속할 것을 굳게 결의 한 바 있읍니다.
문; 각하께서는 많은 난관을 극복하시고,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성공리에 수행하시었읍니다. 계속 실시하실 제2차 5개년계획의 성과는 한국으로선 더욱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제 2차 5개년계획의 출발점에 서서, 일본민간업계를 포함한 한일경제협력현상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자세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답; 양국간의 국교정상화이후 한일경제협력은 증진되어 왔고, 그것은 제1차 5개년계획수행에도 적 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금년부터 다시 제2차 5개년계획에 착수하여 경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 계 획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 소요자제의 확보와 수출증대를 통한 국제수지의 개선에 힘쓰고 있 읍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일경제협력은 보다 더 긴밀히 이루어져야 될 것으로 믿습니다.
특히 최근 국제적 경제협력이 지역화되어 가고 있는 추이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와 가장 인 근의 국가이며, 또한 동양에 있어 자유경제체제를 신봉하는 선진공업국가인 일본과 한국이 지 역적 협력의 유대를 가오하하여 공동의 번영을 추구해 나간다며, 그것은 곧 아시아·태평양지 역의 안정과 평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양국간의 경제협력이 더욱 촉진되기를 희구해 마지않습니다.
문; 이번에 대통령선거에서 특히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은 조국근대화를 달성하시고, 조국 통일에의 노력을 경주하시겠다는 여당측의 결의인줄 생각됩니다. 각하의 조국통일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와 구체적인 구상을 들려 주십시오.
답; 통일은 우리나라가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등 모든 분야에서 북괴를 월등히 능가하고, 우리의 경제·우리의 민주역량이 북한으로 넘쳐흐를때 이룩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보며, 지금 우리는 이 를 위해 온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읍니다. 조국의 근대화·자립경제건설·민주역량의 배양,그리고국제유대의 강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 은 멀지 않은 장래에 조국의 자유·민주통일의 길을 단축시켜 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문; 제6대 대통령으로서 재출발하시는 이 시기에 방일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그밖에 일본국민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말씀하여 주십시오.
답; 현재로서는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 없읍니다. 한일양국은 과거의 모든 어려웠던 관계를 대국적 인 견지에서 청산하고, 양국간의 새로운 시대를 전개하는 전환기를 마련하였읍니다. 양국은 그동안 1년여에 걸쳐 국교정상화의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모든 문제를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처리해 왔고, 또한 여러가지 분야에 있어서 상호 협력체제를 유지 발전시켜온 바 있읍니다. 이와같은 협력체제의 강화는 양국의 공동번영을 위하여 긴요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 역에 있어서의 자유와 평화유지, 나아가서는 세계평화에도 공헌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므로, 앞으로 양국간의 문제처리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모든 문제처리에 있어서도, 양국 국민이 보다 깊은 이해와 신의, 그리고 인내로써 상호협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