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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미원조' 아닌 평화의 가치로 한국전쟁 기억해야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한국전쟁을 동족상잔 비극으로 본 유일한 작가, 루링(路翎)
애국과 혁명 중 혁명만을 걷어낸 '항미원조' 기억과 그 위험성
중국의 한국전쟁을 일컫는 '항미원조(抗美援朝)'는 2020년 시진핑 국가 최고지도자에 의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향하는 이정표"로 그 국가적 의미가 격상되었다. '항미원조'는 다시금 '항미, 국가수호'의 '위대한 승리'로 소환되었고, 조국을 위해 희생한 지원군 정신은 '애국애당(愛國愛黨)'의 시대정신으로 부상하였다.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는 당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 통합 기능을 해온 대중문화 콘텐츠의 제작 지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중국 문화계는 바야흐로 '항미원조 시즌'을 맞았다. '항미원조' 참전 71주년, 건당(建黨) 100주년, 신중국 건국 72주년을 위한 헌정영화 <장진호>는 중국 애국주의 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고, <장진호>의 후속편 <장진호의 수문교>, 장이머우의 영화 <저격수>가 흥행을 이어갔다.
최근 중국 정부가 정치, 문화, 사회 전 방면에서 적극적으로 '항미원조'를 소환하게 된 배경에는 패권 다툼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갈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항미원조' 영화는 주적이었던 미군을 전면 등장시켜 대중들의 반미(反美)를 핵심으로 하는 저항적 내셔널리즘을 고취시킨다.
그러나 냉전시기와 다름없이 승리만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의 필요에 따라 정치적 메시지를 추출하여 대중동원에 활용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최근 중국의 '항미원조' 서사 방식이 우려되는 가운데, 문득 작가 루링(1923-1994)이 떠오른다.
이념과 시대를 초월한 루링의 인도주의적 시선
대표적인 '항미원조' 작가로 꼽히는 루링은 전쟁 중인 한반도를 방문하여 조국과 북한을 위해 투신하는 지원군의 영웅적 면모를 통해 새로운 중국의 광명과 희망을 그리고자 노력했다. 사회주의 혁명 시기 중국에서 전쟁은 평화를 가져오는 수단이자 영웅을 배양해내는 투쟁의 장이었고, 죽음은 영광스러운 희생으로 미화됐다.
하지만 루링은 이러한 주류 이데올로기적 서사에서 벗어나, 전쟁을 비일상적인 극한의 특수상황으로 인식하고 죽음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인간의 비극과 그 내면세계에 주목했다. <저지대에서의 '전투'>, <전사의 마음> 등 그의 작품은 루링 신드롬을 일으킬만큼 독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서 어긋나게 되었고 문예비판의 대상이 되어 오랜시간 고통받아야했다. 오늘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유일한 장편소설 <전쟁, 평화를 위하여>(戰爭,爲了和平)를 소개하고자 한다.
'항미원조', 조선인에게는 '동족상잔'의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