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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서 사랑은 매우 중요하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에도 사랑은 빠지지 않았고, 매일 듣던 부모님의 잔소리에도 사랑이 담겨 있었다. 지금 여기 숨 쉬고 있는 나 역시 지난날 어떤 남자와 여자가 만나 나누었던 사랑의 산물이다. 그 남자와 여자는 과거에 자신이 깊이 빠져들었던 사랑의 상대가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거나 서글퍼질 수도 있다. 주말이 되면 함께 시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중년 부부의 발걸음 역시 사랑을 지속하는 일이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우리는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느낀다.
사랑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삶 역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2년 전 여름에는 혁 씨를 만났다. 혁 씨는 시골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20년 가까이 커피를 연구해 온 전문가였다. 그는 젊어서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어 거동이 불편하지만, 수년간 병을 다스리며 삶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발견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루는 팔과 다리가 자유롭지 않은 그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팔다리가 불편한데 종일 서서 원두를 로스팅하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반드시 힘든 것은 아니라고. 지금 여기서 커피를 하는 내 모습을 가장 사랑한다고.
그날 이후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혁 씨의 사랑은 그가 가진 장애와 고통까지도 포함하는 것이었다. 사실 사랑이라는 문제는 나의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문학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 철학과 수업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된 나는 대학원에 진학해 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그 문제에 파고들었다. 박사과정에 들어갈 때, 주변에서는 대부분 나를 염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하가에서 인문학과 순수학문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들린 지도 오래였다. 그럴수록 더욱더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어렵지만 즐거운 물음들에 대해, 철학의 물음에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