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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파묘>의 성공이 반가운 이유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파묘>의 오행론에서 우리가 읽어야 하는 것
오컬트 영화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파묘>는 한국과 일본의 신화와 민속 문화 그리고 독립운동까지 다양한 요소를 버무려 볼거리가 많은 영화다. 그중에서도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세계관을 꼽으라면 단연 '오행론'일 것이다. 주인공들의 행위를 끌어내는 원리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행론도 덩달아 주목받으며, 영화 해석과 더불어 이를 설명해 주는 콘텐츠가 늘어났다. 그런데 이 오행론에도 나름의 역사가 있다.
오행론? 그 이전에 사방신(四方神)이 있었다.
오행론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다섯 원소가 순환하며 세상 만물을 만들어 내고 변화하게 하고 또 소멸하게 만든다는 이론이다. 오행론의 크나큰 영향에 비해 실상 그 기원이 어디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 시작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상나라 갑골문에 나타나는 동, 서, 남, 북 사방(四方) 관념이다.
갑골문이란 소뼈나 거북이 등껍질에 새긴 글자다. 약 3,300년 전 상나라 위정자들은 신에게 묻고자 하는 질문을 소뼈나 거북이 등껍질에 새긴 후 이를 불에 쬐어 그 갈라진 모습에서 점괘를 읽어냈다. 여기에 사용된 문자가 바로 갑골문이다.
사실 상나라는 갑골문이 발견되기 이전에는 그 실재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전설 속의 나라였다. 그러다가 청나라 말기 금석학자였던 왕의영(王懿榮)이 우연히 산 한약재 용골(龍骨)에 새겨진 문자를 발견하게 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상나라가 실존했던 나라였음이 밝혀진다.
그런데 이 갑골문이라는 중국 최초의 문자 기록에는 오행 관념이 없고, 동, 서, 남, 북 사방에 대한 관념만이 존재한다. 이를 발견한 것은 중국 학자 후호우쉔(胡厚宣)이었다. 그는 1930년대에 상나라 22대 군주인 무정 시대(기원전 1250~기원전 1192)의 갑골문 중에서 사방의 이름과 여기서 불어오는 바람의 이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나는 소 견갑골에, 다른 하나는 거북이 배딱지에 새겨져 있었는데, 이름에 쓰인 한자는 모두 일 년 동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바뀌는 모습을 묘사했다. 동방은 석(析)이라 하고, 식물이 싹을 틔운다는 뜻이다. 동방의 바람은 협(協)이며, 부드럽고 편안하다는 뜻이다. 남방은 인(因)이며, 식물이 자란다는 뜻이다. 그 바람은 개(愷)라 부르며, 식물이 즐거이 자란다는 뜻이다.
서방은 이(彝)라고 부르며, 식물을 벤다는 뜻이다. 그 바람은 위(韦)라고 하며, 역시 식물을 베어 거둔다는 뜻이다. 북방은 원(夗)이라 불리며, 식물이 땅 밑에 잠복한다는 뜻이고, 그 바람은 역(伇)이라 부르며 옛것을 버리고 새것으로 바꾼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