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피아 황제폐하 방한]하일레 셀라시에, 이디오피아 황제폐하 방한에 즈음한 환영사
박정희
1968년 5월 18일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폐하!
본인은 대한민국 정부와 한국 국민을 대신해서 수륙만리 우리나라를 친히 찾아 주신 황제 폐하를 충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폐하는 우리가 국제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을 당했을 때, 용감한 ‘이디오피아’ 군대를 보내어 우리를 도와준 “한국의 은인”이십니다.
‘팟쇼’ 침략자를 몰라내어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고, 국가 발전의 반석 같은 기반을 마련한 근대 ‘이디오피아’ 제국의 국부이십니다.
또한 폐하는 ‘아프리카’의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공동의 투쟁사 위에 지울 수 없는 위업을 남긴 정치 지도자이십니다.
그러기에 본인과 한국 국민은 폐하의 이번 방한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또한 평소 폐하에 대해 간직했던 본인과 우리 국민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뜻을 직접 전달할 수 있게 된 데 대해 기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읍니다.
존경하는 황제 폐하!
우리 두 나라는 비록 지리적으로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읍니다만, 양국 국민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4천여 년의 유구한 역사 위에 고유의 문화를 지닌 문화 민족이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평화와 순결을 상징하는 백의민족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며, 간단없는 외세의 침략에 굴하지 않고 끝내 조국을 지켜온 강인한 자주 민족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며, 근면하게 땀 흘려 일하여 경제 건설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자립 민족이라는 점에서 또한 그러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두 나라는 그 이상과 염원에 있어서도 공통되는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모든 물적.인적 자원을 개발하여 국가를 하루 속히 근대화하고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우리 모두가 함께 번영과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같은 소망을 가지고 있읍니다.
우리는 국가적 동질성을 보전하고, 국제적 친선과 협조를 촉진시켜 “다양 속의 조화”를 이룩하여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실현코자 하는 같은 이상을 가지고 있읍니다. 바로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공통성이 우리 두 나라의 우의와 친선의 유대를 더욱 두텁게 해 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폐하의 방한이 ‘아디스 아바바’와 서울을 연결하는 우정의 유대를 더욱 굳게 다지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하고 같은 소방, 같은 이상을 추구하는 우리 두 나라의 공동 노력의 도정에 새로운 성좌가 마련될 것을 믿어 마지않습니다.
본인은 다시 한번 폐하의 방한을 환영하면서, 폐하께서 우리나라에 머무르시는 동안 비록 짧은 일정이나마 유쾌하고 평안히 지내시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